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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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헛바람 - 2019년 가을(시에 55호)

연안 燕安 2019. 9. 10. 16:31

  

    헛바람
      서쪽 하늘 붉은 놀 환한 거리 허름한 만홧가게 나무의자 짜릿짜릿한 미끼에 걸려, 안개 퍼지듯 땅거미 내리는 골목길을 허방지방 줄달음치던 아이 물그림자 어리는 으스름 황혼 속 피 돌지 않는 공간을 가득 메운 보랏빛 열정으로 옛 추억 희뿌연 산자락처럼 출렁이는 들끓는 머릿속이 더듬더듬 펼쳐 놓은, 세월의 갈피갈피에서 묻어난, 흐릿하게 주름진 문자들 온힘으로 껴안아 보지만, 팡팡 구멍 뚫린 고목나무에서 멋쩍은 바람 소리만 쐐쐐 우우, 높뛰는 황혼의 노망이야. --시에 55호(2019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