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갈망 - 2019 년 가을(시에 55호) 본문

발표작품

갈망 - 2019 년 가을(시에 55호)

연안 燕安 2019. 9. 10. 16:15
 
    갈망 먼지와 소음이 뒤엉킨 땅 뚜벅뚜벅 비탈길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바닥의 진동에만 쫑긋거리는 귀 갑갑한 생존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적이 얼어붙은 벌판에서 외롭게 늙은 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린다 귓바퀴를 가르는 바람 명암 흐릿하게 엇갈리는 눈앞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낯선 곳일지라도 잿빛 머릿속을 뻥 뚫는, 잡풀이 상여의 꽃처럼 웃고 있는 들판의 내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리 한생을 얽어맨 삶의 굴레를 벗어나 순간이지만, 야성의 눈빛으로 가쁜 숨을 토하며 헐떡거리고 싶었으리 동물 보호소 한 모퉁이 낮고 비좁은 철창 안 꾀죄한 몰골로 엎드린 늙은 개가 깔린 신문지를 발로 찢고 있다. -- 시에 55(2019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