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고목(한시) 본문
枯木(고목)-이담지(李湛之)
白虬倒立碧山陰(백규도립벽산음) : 푸른 산그늘에 흰 규룡처럼 거꾸로 서서
斤斧人遙歲月深(근부인요세월심) : 도끼 든 나무꾼은 아득히 세월만 보냈구나.
堪歎春風吹又過(감탄춘풍취우과) : 탄식하노니, 봄바람 불며 다시 지나가도
舊枝無復有花心(구지무부유화심) : 옛 가지에 다시 꽃 피울 마음일랑 없나니
古木(고목) - 金麟厚(김인후)
半樹惟存骨(반수유존골) : 절반만 산 나무, 뼈대만 앙상한데
風霆不復憂(풍정불부우) : 바람 소리 천둥 소리도 근심하지 않는다
三春何事業(삼춘하사업) : 화사한 봄 석 달을 무슨 일 하는지
獨立任榮枯(독립임영고) : 영고성쇠 다 맡기고 홀로 서있구나
題畵(제화)-金得臣(김득신)
古木寒煙裏(고목한연이) : 찬 안개 속에 고목 서있고
秋山白雲邊(추산백운변) : 흰 구름 떠있는 곳에 가을 산이 있다
暮江風浪起(모강풍랑기) : 저무는 강에 풍랑이 일고
漁子急回航(어자급회항) : 어부는 급히 고깃배를 돌린다.
龍湖(용호)-金得臣(김득신)
古木寒雲裏(고목한운리) : 차가운 구름 속, 고목
秋山白雨邊(추산백우변) : 가을산에는 비가 내린다
暮江風浪起(모강풍랑기) : 저문 강바람에 물결 일어
漁子急回船(어자급회선) : 어부는 급히 배를 돌린다
落照 (朴文秀 1691~1756)
落照吐紅掛碍山 낙조토홍괘애산
寒鴉尺盡白雲間 한아척진백운간
問津行客鞭應急 문진행객편응급
尋寺歸僧杖不閑 심사귀승장불한
放牧園中牛帶影 방목원중우대영
望夫臺上妾低鬟 망부대상첩저환
蒼然古木溪南路 창연고목계남로
短髮草童弄笛還 단발초동농적환
지는 해 붉게 토하며 막아선 산에 걸리고
외로운 갈가마귀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나루터를 묻는 나그네는 채찍질 서두르고
절 찾아 돌아오는 중은 지팡이가 바쁘다
방목하는 들판에는 소 그림자 드리워지고
서방 기다리는 대 위의 첩 쪽 그림자 낮다
창연한 고목이 선 시냇가 남쪽 길에는
짧은 머리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온다
內院庵有牧丹樹古枝受雪如花因唫(내원암유목단수고지수설여화인음) - 韓龍雲
내원암 목단나무의 가지 눈을 꽃인냥 여겨 읊다.
달빛 아니라도 눈은 고운 것
고목에 꽃이 피어 향기 풍기네.
가지 위 차가운 저 정령(精靈)이야
길고 긴 내 시름과는 무관한 고움!
雪艶無月雜山光
枯樹寒花收夜香
分明枝上冷精魄
不入人愁萬里長
고목(古木)은 무심해도 이끼 껴 향기롭네.
본 대로 느낀 대로(4) - 한용운
卽事
조그만 암자 태고(太古)처럼 고요한데
홀로 난간에 기대어 앉으면
마른 나뭇잎 서글피 소리내고
주린 까마귀 그림자가 차다.
구름은 돌아가다 고목(古木)에 끊기고
지는 해 반쯤 서산에 걸려……
온 산에 쌓인 눈 마주 보자니
봄 기운 천지에 돌아오는 기색!
一庵何寂寞
塊坐依欄干
枯葉作聲惡
飢烏爲影寒
歸雲斷古木
落日半空山
獨對千峰雪
淑光天地還
북풍이 일어 기러기 끊기고
백일(白日)에 나그네 시름은 차다.
고요히 천지를 두루 살피니
구름만 만고에 한가한 것을.
北風雁影絶
白日客愁寒
冷眼觀天地
一雲萬古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