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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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老仙), 노학(老鶴), 노동(老童), 노옹(老翁),
노광(老狂), 노고(老孤), 노궁(老窮), 노추(老醜),
노선(老仙)
신선처럼 사는 사람, 탐욕도 미움도 사랑도 버리고, 선과 악을 벗어나, 삶에 걸림이
없고, 떨어질 지옥도 올라야 할 천당도 없다. 무심히 자연 따라 흘러갈 뿐이다.
노학(老鶴)
학처럼 사는 사람,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돌아 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한다.
검소하고 천진난만하여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알고, 친구들로부터 아낌을 받는다.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글이나 예술작품을 펴내기도 한다.
노동(老童)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학원, 서원이나 노인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한 공부를 한다.
시경 주역 등 한문이며 서예 정치 경제 상식, 컴퓨터 등을 열심히 배운다.
수시로 학우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고 노래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낸다.
노옹(老翁)
글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 집에서 손주들이나 봐주고 텅 빈집이나 지킨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리 속에 맴돈다.
노광(老狂)
미친 사람처럼 사는 노인, 함량 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아 한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 불구하고 파리처럼 달라 붙는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노고(老孤)
귀한 보물을 같은 아내를 잃고 쓸쓸하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
애완동물 같이 마냥 귀여운 이십 대의 아내, 기호식품 같은 삼십 대의 아내,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 같은 사십대의 아내, 가보의 자리를 차지한 오십 대의 아내
지방 문화재 같은 육십대의 아내, 국보의 위치에 올라 존중을 받는 칠십 대의 아내.
노궁(老窮)
수중에 돈 한푼 없는 사람, 아침 한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 갈 곳은 공원 광장 뿐이다.
점심은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하고 석양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간다.
며느리 눈치 슬슬보며 밥술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잔다. 사는 게 괴롭다.
노추(老醜)
늙고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고 죽지 못해 산다.
* 인생은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 자신이 한번 쓴 각본은 고쳐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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