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주정시[ 主情詩 ] , 주정주의, 주지주의 본문

좁은 산책로

주정시[ 主情詩 ] , 주정주의, 주지주의

연안 燕安 2014. 2. 1. 10:04

*주정시[ 主情詩 ]    

시에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으로 작자의 감정을 표현한 시인 자유시와 일정한 시적 약속에 따라 구성된 정형시가 있다.
그리고 자유시에는 서사시, 극시, 서정시로 구별되는데 주정시는 서정시의 한 갈래로 좁은 의미의 서정시는 대부분 이에 속한다.

 

 

 

*주정주의[ 主情主義 ]    

 

문학작품에 감정이나 감성적(感性的)인 측면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경향. 주지주의(主知主義)에 대립된다. 주지주의가 사건의 객관적 처리묘사, 플롯의 건축적 구성, 문체의 견고(堅固)와 명징성(明澄性)에 그 역점을 두는 것이라면 주정주의는 그와 대조를 이룬다. 즉 주정주의 문학에 있어서는 빈번하게 작자 자신이 사건이나 행동에 개입하여 주관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 신문학에서 주정주의 흐름은 그 근원이 매우 깊다. 초기 이광수(李光洙)의 대표작인 <무정(無情)>에는 여러 곳에 작자의 감정이 개입된 부분이 있다.
가령 영채의 아버지 박진사는 시대의 선각자로 특히 신교육(新敎育) · 신문화의 수입에 열의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를 묘사한 한 부분에서 이광수는 “박진사는 즉시 머리를 깎고 검은 옷을 입고 아들들도 그렇게 시켰다. 머리 깎고 검은 옷 입은 것이 그때 치고는 대대적 용단이라 이는 4천여 년 내려 오던 굳은 습관을 다 깨뜨려 버리고 온전히 새것을 취하여 나아간다는 표라.”라고 서술한다. 박진사의 혁신적행동(革新的行動)은 상투를 잘라버렸다든가 무색옷을 입은 것으로 이미 묘사가 된 것이다. 그것을 다시 ‘대대적 용단’이라든가 ‘4천여 년 내려오던 구습의 타파’라고 한 것은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된 것이다. 이광수의 뒤를 이은 김동인(金東仁)은 흔히 이광수의 창작태도에 불만을 품고 그에 대한 반기를 든 것에서부터 문학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그것은 정신적인 바탕에서 그랬을 뿐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창작의 실제에 있어서 김동인은 자주 주정주의적 측면을 드러낸 작가이기 때문이다.

가령 《창조(創造)》9호를 통해 발표한 <배따라기>를 보면 거기에는 작품배경인 평양지방이나, 마을 해변 등이 상당히 미화되고 예찬투로 서술된 곳이 나온다. 이 역시 객관적 자연묘사, 사실적 배경설정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사실주의 소설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다음 1920년 전반기를 담당한 《폐허(廢墟)》나 《백조(白潮)》의 문학에 이르면 한국의 주정주의 문학은 더욱 성행(盛行)을 보게 된다. 우선 장르별로 볼 때 《폐허》나 《백조》 동인들이 즐겨 택하고 있는 것은 소설이나 평론이 아니다. 시나 수상(隨想)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부터가 그들의 주정주의적인 측면을 말해준다. 소설이나 평론이란 장르는 근본적으로 산문예술이며, 논증이나 묘사가 요구되는 양식의 문학이다. 아울러 건축적인 구성이나 객관적 당위성이 생명처럼 소중한 장르의 문학이기도 하다. 그들을 경원(敬遠)했다는 사실은 곧 《폐허》와 《백조》 동인들의 문학적 기질이 반주지적인 데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폐허》나 《백조》동인들의 작품 가운데서 직접적으로 감정이 노출되지 않은 것, 사건과 사실에 작자의 자의적(恣意的)인 해석이 개입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가능한 한 많은 감정의 유출, 주관적 호소가 가해지는 것이 곧 문학활동이라고 생각하여 자취를 남긴 것이 《폐허》나 《백조》동인들의 문학작품들이다. 끝으로 창작활동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주정주의적 측면은 30년대의 일부 시에서도 읽을 수 있다. 가령 30년대 중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한 여류시인 모윤숙(毛允淑)의 작품에는 흔히 자연발생적인 감정이 그대로 읊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에게 시는 다듬고 갈아서 이루어지는 조각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의 자유로운 기록으로 해석된 모양이다.
이상과 같은 한국 문학상의 주정주의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 최초의 사람이 김기림(金起林)이었다. 그는 파운드나 엘리오트 · 리처드 등의 비평이론을 수입 · 수용하고 자신의 비평적인 태도를 신고전주의적(新古典主義的)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하여 노자영이나 모윤숙의 작품에 나타나는 장정의 노출을 센티멘털 로맨티시즘, 또는 감읍벽(感泣癖)이라고 하여 공격해 마지 않았던 것이다. 반주정주의적(反主情主義的)인 그의 발언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 <감상(感傷)에의 반역(反逆)>(詩苑, 35),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人文評論, 39) 등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주정주의 [主情主義]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주지주의[ 主知主義 ]      

 

정의

감각과 정서보다는 지성을 중요시하는 창작 태도 또는 그 경향.

내용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기존의 문화와 전통을 부정하는 반역의 고뇌에서 감각과 관능의 세계로 도피하여 탐미주의(耽美主義) 또는 주정주의(主情主義) 쪽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필요에 의해 지성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고, 유럽 문명의 전통을 재생하며, 정신적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문학적 태도가 생겨났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지주의는 첫째 지성의 절대적 우위, 둘째 탐미주의·주의주의(主意主義)·주정주의의 반대, 셋째 전통적 질서의 회복과 현대문명의 위기극복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이지(理智, intellect)와 주지(主知, intelligence)를 구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 구별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지는 이 둘을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지성의 ‘절대적 우위’란 내용면에서 보면 문학작품 속의 지적 요소, 시사적(時事的) 현상, 과학적·사상적 내용 등을 의미하고, 방법면에서 보면 질서의식에 의거하여 감정이나 본능에 대한 통제나 억제 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주지주의는 내용도 중요하나 그 방법의 의식적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탐미주의나 주의주의(主意主義) 및 주정주의의 반대란 노만주의나 감상주의 같은 감정적·감상적(感傷的) 문학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반노만주의 태도를 가리킨다.), 또 한편 본능적·영감적 동기를 문학에서 배제하고 의식적·비평적 문학이라야 함을 의미한다. 본능은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자연발생적이나 주지는 의식적 방법을 중시한다.

여기서 낭만적 천재의 개념도 부정된다. 전통의 회복과 현대문명의 위기 극복의 시도는 주지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프랑스의 주지주의는 발레리(Valery, P.)를 정점으로 하고, 영국의 주지주의는 흄(Hulme, T.E.)·엘리엇(Eliot, T.S.)·리드(Read, H.)·헉슬리(Huxley, A.L.) 등으로 대표된다.

특히 흄의 불연속적 세계관은 새로운 질서 회복의 의도에서 직관적으로 추구된 사상이며, 흄의 사상적 기초에서 정립된 엘리엇의 전통과 정통(正統, orthodox)은 황폐화된 현대문명의 구제라는 의식이 그 밑에 깔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엘리엇의 장시 <황무지 The Waste Land>(1922)와 논문 <전통과 개인적 재능 Tradition and the Individual Talent>은 이 방면의 중요 문헌이다.

주지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즉, 이미지즘(imagism)과 주지주의의 구별, 모더니즘(moderism)과 주지주의를 동일개념으로 보는 오류(주지주의도 모더니즘의 한 경향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미지즘은 주지주의의 전단계로서 하나의 유파를 형성한 운동이다.

그 특성으로 정확한 사물의 언어(이 점에서 이미지즘은 사물시, 즉 physical poetry이다), 그룹의 선전 활동, 새로운 리듬과 자유시의 시도, 지성적 태도 등을 들 수 있으나, 주지주의에 오면 감각과 사상의 통합(이러한 시를 形而上詩, 즉 metaphysical poetry라고 함.), 객관적 상관물, 중층묘사(multiple description), 강력한 전통의식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주지주의를 이론면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비평가는 최재서(崔載瑞)이고, 비평과 더불어 작품으로 실천한 시인은 김기림(金起林)이다. 최재서의 <현대주지주의문학이론(現代主智主義文學理論)의 건설>(조선일보, 1934.5.2.)은 흄의 불연속적 세계관과 고전적 인간관, 엘리엇의 전통론과 시의 비개성설을 소개한 것이고, 김기림의 <예술에 있어서의 리얼리티 모럴 문제>(조선일보, 1933.10.21.∼24.)도 주지주의와 관련된 논문이다.

이밖에도 이양하(李敭河)의 리처즈(Richards, I.A.) 소개, 한세광(韓世光)의 이미지스트와 엘리엇 소개, 주지주의 기타 시의 번역 등이 이 무렵부터 계속되었고, 특히 김기림의 장시 <기상도 氣象圖>(彰文社, 1936)는 엘리엇의 <황무지>의 영향을 받은 이 무렵 주지주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을 죽음과 재생의 패턴으로 구성한 이 시는 이미지의 동시적 병치,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의 방법, 풍자와 아이러니, 의식의 흐름의 수법, 사상과 감각의 통합 등의 다양한 특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형이상학적 시의 길을 열어놓은 이 장시 이후, 김광섭(金珖燮)·김현승(金顯承) 등의 주지주의 시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참고문헌

  • 『문학과 지성』(최재서, 인문사, 1938)
  • 『시론』(김기림, 백양당, 1947)
  • 『한국모더니즘시연구』(문덕수, 시문학사, 1981)
  • Speculations(Hulme, T.E., London, Roultedge & Kegan Paul Ltd., 1924)
  • Essays(Eliot, T.S., Tokyo, Kenkyusha, 1951)
  • 『主知的文學論』(阿部知二, 東京 厚生閣書店, 1930)
  • 『文學評論』(春山行夫, 東京 厚生閣書店, 1934)

    [네이버 지식백과] 주지주의 [主知主義]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