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모음

봄비

연안 燕安 2011. 3. 26. 23:30

봄비 내리면

 

         . 심 의 표

<Ⅰ>

솔숲에 이는 바람

안산 구름 휘몰아

봄 비 내리면

헐벗은 푸나무들

영혼을 흔들어

온 몸에 자맥질하고

보석 줍는 나그네인양

유유히

환상의 노래 부른다

<Ⅱ>

해맑은 수정 알

잎 새 가득 구르면

못다 나눈 이야기꽃

모락모락 피우고

물보라 진한 피

한줄기 수액 쏟으면

연두 빛 추억

부풀어 오른다

윤기 흐르는 얼굴들

 

 

봄비 젖은 꽃잎 편지를 띄우고

 

                   詩 / 이채

 

봄비처럼 촉촉한 사람들과

꽃잎처럼 고운 삶을 살고 싶어

잔잔한 꽃물결에 일렁이는 백조처럼

나 그렇게 아름답고 싶어

고운 목청으로 새들의 노래를 부르며

모든 이들을 아끼며 사랑하고 싶어

마음의 먼지가 일고

집착의 바람이 불고

생각의 잡초가 자랄 때

봄비처럼 고요한 미학으로

다시 피고 싶은 꽃 한 송이의 지혜

사람이 눈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있을까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며

꽃망울 틔우는 소망의 초록비처럼

나도 누구에게 기쁨의 샘터가 되고 싶어

봄비 젖은 꽃잎 편지를 띄우고

고요히 명상에 잠기노라면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빗소리는

나를 가다듬는 맑은 기도가 되네

 

 

봄비, 봄비

 

                               서지월

 

너 어디에서

잊혀진 애인처럼 얼굴 숨기고 떠나갈 때

신발 뒷꿈치마저 보이지 않다가

돌담길 모퉁이에서는 돌담길 모퉁이의 젖은 음성으로

푸른 보리밭 이랑에는 푸른 보리밭 이랑의 굽이진 마음으로

버들개지 눈뜨는 실개천 버들개지 가지 끝에서는

하염없이 퍼부어대는 입맞춤으로

다시 나타나 간살 떠는가

더러는 돌아서서 不歸의 魂 되어

九天에 떠돌다가 영영 잊혀지거늘,

가지마다 잃은 것이 너무 많아

상처난 내 뜰의 목련꽃나무 끝에 와서도

너는 전화를 걸어오듯 속삭이지만

지나간 봄 한때는 너를 무척이나 사랑할

힘이라도 솟는 계절,

네 소리 한데 어울려 가로놓인 실개천 울리건만

어쩌자고 이 봄날

겨우내 햇볕하고 동무해본 적 없던

내 적적한 뒷마당에도 내려

이제는 진흙처럼 나를 이토록 달라붙게 하는가

 

 

봄비

 

             김태원

 

첫 돌을 맞은 아기가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온다네

아기똥 아기똥

곱게 신은 미투리가

한 쌍의 나비같다네

길가의 나무들이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모두들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네

얼굴도 만져 보고

덥석 안아도 보고

신이 난 아기는

어머니 손을 놓고도

넘어지지 않는다네

 

이 골목 저 골목

아기의 살내음 물씬 피어오르고

나무들마다

가지가지 축복의 꽃망울 내어달면

온 동네, 꽃사태 나겠네

맨발의 어머니

발걸음 더욱 바빠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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