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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밥에 대하여/안도현

연안 燕安 2013. 2. 2. 10:01

튀밥에 대하여

안도현


변두리 공터 부근
적막이며 개똥무더기를 동무 삼아 지나가다 보면
난데없이 옆구리를 치는 뜨거운
튀밥 냄새 만날 때 있지
그 짓 하다 들킨 똥개처럼 놀라 돌아보면
망할놈의 튀밥장수, 망하기는커녕
한 이십 년 전부터 그저 그래 왔다는 듯이
뭉개뭉개 단내 나는 김을 피워올리고
생각나지, 햇볕처럼 하얀 튀밥을
하나라도 더 주워 먹으려고 우르르 몰리던
그때, 우리는 영락없는 송사리떼였지
흑백사진 속으로 60년대며 70년대 다 들여보내고
세상에 뛰쳐나온 우리들
풍문으로 듣고 있지, 지금 누구는
나무를 타고 오른다는 가물치가 되었다 하고
누구는 팔뚝만한 메기가 되어 진흙탕에서 놀고
또 누구는 모래무지 되고 붕어도 잉어도 되었다는데
삶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제대로
나는 가고 있는지, 가령
쌀 한 됫박에 감미료 조금 넣고
한없이 돌리다가 어느 순간 뻥, 튀밥을 한 자루나 만들어 내는 것처럼
순식간에 뒤집히는 삶을 기다려오지는 않았는지
튀밥으로 배 채우려는 욕심이 크면 클수록
입안에는 혓바늘이 각성처럼 돋지
안 먹겠다고, 저녁밥 안 먹겠다고 떼쓰다
어머니한테 혼나고 매만 맞는 거지

- 시집「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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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 시절, 동네 어귀에는 집채만한 튀밥기계를 가져다
놓고 세상을 통째로 뻥뻥 튀겨대던 아저씨가 있었다.
강냉이며, 쌀, 떡국까지 심지어 도회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까지 튀겨내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튀밥기계에만 들어가면 요술방망이처럼 몇 배씩 부피가
커져서 쏟아져나오곤 했던 것이다.
화자는 어린시절의 튀밥을 통하여 일확천금에 대한
우리들의 소박한 욕망을 들여다 보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들의 꿈이나 희망도 튀밥처럼 뻥뻥
튀겨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
비록 입안에 혓바늘이 돋더라도 말이다. [양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