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고은 - 무제 본문

한국의 시인들

고은 - 무제

연안 燕安 2020. 3. 4. 22:32

무제 시편 529

책을 덮는다 캄캄하다 캄캄하기만 하다

겨우
이 지상에는
붓다나 누구밖에 없다
너와 나밖에 없다

인간을 긍정하는 것도
인간을 부정하는 것도
인간밖에는 
아무도 없다

풀도 물속 전갱이들도
달도
별들도
인간의 가치를 전혀 알 바 없다

이토록이나
모르는 대상이 인간이다 나이다

깊은 밤에 이르러 도달한 것

내 생애란
이 세상의 아무도
알 바 없는 그것

의미의 무의미 그것

캄캄하다
캄캄하다 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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