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공모

제 7회 지리산 문학상 및 최치원 신인 문학상

연안 燕安 2013. 7. 14. 23:21

제 7회 지리산 문학상 및 최치원 신인 문학상


민족의 영산 지리산! 그 지리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제7회 지리산문학제 작품 공모를 다음과 같이 알려 드리며 전국 문인 및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리산문학제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지리산문학상>과 <최치원신인문학상>의 시상식은 2012년 9월 15일(토)~16일(일) 이틀 동안(1박 2일) 경상남도 함양군 상림공원 일대에서 있을 예정이며,
수상작들은 계간 『시산맥』 2012년 가을호(2012년 8월 20일 출간 예정)에 수록됩니다.

<제7회 지리산문학상>

분야 | 시 부문
심사대상 | 2011년 7월 1일~2012년 7월 31일 위 기간 동안 발표된 창작 작품(창작집에 실린 작품 포함)
상금 | 오백만 원
시상식| 2012년 9월 15일(토) 경남 함양군 함양예술회관
심사위원 | 문단 권위자 위촉
심사일정 | 2012년 8월중
수상작발표 | 『시산맥』 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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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최치원신인문학상> 공모

분야 | 시 부문
제출작품수 | 창작 시 5편 이상
응모자격 | 제한 없음(단, 역대 수상자는 제외)
응모기간 | 2012년 7월 18일~2012년 7월 31일 (마감일 소인 유효, 이메일 마감일 자정) 상금 | 이백만 원

응모요령
*응모작품은 인터넷을 포함한 어떠한 매체에도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품이어야 하며, 시 상일 전까지 발표를 금함.
*응모된 원고는 일체 반환하지 않으며, 수상 작품집 수록 시 저작권은 본 위원회에 귀속함.
*원고의 앞면에 별지로 인적사항(휴대폰번호,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등) 반드시 기재.
*기 발표작이거나 표절로 밝혀질 경우, 당선 취소와 상금을 회수함.

특전 | 『시산맥』을 통한 작품 활동 지원. 등단 시인으로 인정.
당선작 발표 | 『시산맥』 2012년 가을호
심사위원 | 문단 권위자 위촉
시상식 : 2012년 9월 15일(토) 경남 함양군 문화예술회관
작품접수 및 문의 *우)110-350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65-1 월드오피스텔 1102호
계간 『시산맥』내 <최치원신인문학상> 운영위원회 전화(fax포함) | 02-764-8722(대)
이메일 | poemmtss@hanmail.net 시산맥 카페 |http://cafe.daum.net/poemmtss

지리산문학상|최치원신인문학상 운영위원회
주관 지리산문학회 · 계간 『시산맥』

 

 

 

 

 

 

제7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품 /고영민

 

 

반음계

                고영민

 

 

새소리가 높다

 

당신이 그리운 오후,

꾸다만 꿈처럼 홀로 남겨진 오후가 아득하다

잊는 것도 사랑일까

 

잡은 두 뼘 가물치를 돌려보낸다

당신이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

몇 짐이나 될까

물비린내 나는 저 구름의 눈시울은

 

바람을 타고 오는 수동밭 끝물 참외 향기가

안쓰럽다

 

하늘에서 우수수 새가 떨어진다

 

저녁이 온다

울어야겠다

 

-2011. 문학동네 겨울호

 

 

통증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의 후회가 나에게 왔다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통을 받겠지요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그때 나는 지워진 어깨 너머

당신 뒤에 노을처럼 서서 함께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가 걸어간 그 느린 걸음으로

내내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한 홉 한 홉

차올랐던 숨을 몰아 내쉬며 손을 내려놓을 즈음

편지 대신 그 앞에

내가 서 있겠습니다

 

— 2011. 문학동네 겨울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버림받은 후에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개야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있기는 한 것인가

 

빨랫줄에서 한바구니 마른 빨래를 담아 와 개면서

하염없이 저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다보면

내가 기다리는 사람도 분명 저 길을 따라 올 것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생각

항상 먼저 너를 버린 건 나,

모든 과오는 네가 아닌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생각

 

개는 여전히 흰 목수국 옆

쨍쨍 해가 내리는 길 한복판을 지킨 채

앉아있고

 

수국이 수국의 시간과 대적하지 않듯

누가 불러도 짖거나 꼬리치지 않는,

진짜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지독한 기억 속으로

느릿느릿 오는 허기 속으로

 

끝끝내 버림받았다는 것을 믿지 않는

개야

 

— 2011. 시와 반시 가을호

 

 

 

  뒷산 산책길에 베어진 나무 한 그루가 있어 딸아이와 함께 그 앞에 앉아 나이테를 헤아린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렇게 어린 딸과 함께 잘린 한 나무의 나이테를 헤아리는 것. 그 안의 새를 꺼내오는 것. 몇 살 먹었니? 대답 대신 자꾸 말을 시키면 헷갈린다며 어린 딸이 아빠에게 타박을 놓는 것. 헤아린 나이를 잊어먹지 않기 위해 한 금, 한 금 손으로 짚어가는 것. 긴 세월을 다 헤아릴 동안 그저 잠자코 서 있는 것. 그 사이 잘려 없어진 내 몸 어느 곳이 자꾸만 가려운 것. 여기서 살아라! 나무의 텅 빈 방에 들어가 보는 것. 이 몸을 부른 것이 너인가 싶어, 지나던 솔바람과 높다란 둥지를 떠올려보는 것. 천천히 톱이 지나가는 내 몸속, 어린 딸의 몸속에 짙고 둥근 테가 둘러지는 것.

 

— 2011. 현대시학 7월호

 

간장

 

간장 달이는 냄새가 배어 있는 밤입니다

누가 컴컴한 독에서

담가뒀던 메주를 건져냅니다

떠있는 붉은 고추와 숯을 건져냅니다

 

어둠을 밀어내며

아궁이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이는

누구입니까

끓는 거품을 걷어내는 이는 누구입니까

배보자기에 간장을 걸러내는 이는

누구입니까

 

간장에 살짝 새끼손가락을 담갔다가

빨아먹어봅니다

두 번 세 번 빨아먹어도 간장은 짜고 씁니다

달여 식힌 간장을 다시

새 독에 붓습니다

 

간장 빛은 아직 간장 빛이 아닙니다

그 빛깔만큼 어둠도

아직 온전한 어둠이 아닙니다

 

어둠이 어느 가장자리에서부터 어둠이 될 때,

간장은 어떤 안간힘으로

칠흑의 어둠을 다 긁어모아

비로소 잘 익은

한 독의 간장입니다

 

— 2012. 시산맥 봄호

 

<수상 소감>

 

  등단 10년 만에 처음으로 상이라는 것을 받습니다.

10년이란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편의 시를 썼는지,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시들이 나를 거쳐 갔는지.

이번 수상은 저에게 지난한 그 10년의 시간을 천천히 거슬러보는 계기를 줍니다.

  몇 번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가 떨어질 적마다 나는 나에게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라고 말해주곤 했습니다.

  시를 써서 상을 받는다는 게 아직 나에게는 어색하고 부담스럽고 다소 분에 넘칩니다. 나에게 상은 시(詩)입니다. 가장 맘에 드는 시가 가장 맘에 드는 상입니다.

  이 상은 지리산이 나에게 주는 상일 것입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동식물, 바람과 물, 메아리가 주는 상일 것입니다.

지리산에는 역사의 숨결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기에 때로 반역의 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리산은 거창하고 거룩한 생명의 덩어리이며 사람과 뭇 중생을 살리는 양생의 도가니입니다. 그 의미를 새겨 보아야겠습니다.

  요즘은 시 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가파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산을 넘으면 또 첩첩의 산입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을 종주를 하듯 서두르지 않고 발밑만 보고 걸어야겠습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욕심 없이 따라 걸어야겠습니다. 가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잔혹한 일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는 것에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볼품없는 나의 시가 사람들의 선한 본성을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분에 넘치는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과 지리산문학회에 감사드리며, 더 좋은 시를 통해 은혜에 보답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민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으로 <악어>와 <공손한 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