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장계의 풍교야박 본문
楓橋夜泊(풍교야박) - 장계(張繼)
풍교에서 자노라니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 달 기울고 까마귀 울고 서리가 자욱한 밤
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 강가의 단풍과 고깃배의 불이 나를 잠 못 들어 하는데
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 고소성 밖에 있는 한산사에서
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 한밤중의 종소리가 내 배까지 날아온다.
강소성 남부에 있는 고도 소주(蘇州)에서는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호텔을 잡기가 어려워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일본 관광객들이 웬만한 호텔의 객실을 다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유명한 절을 찾아가 108번씩 치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는데 지구촌 시대를 맞아 요즘은 국내의 사찰을 찾아 가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외국의 유명 사찰을 찾아 가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 750년 전후)의 이 시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일본인이 한산사라는 절에 대해서 특별히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당나라 때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이라는 두 청년이 한 아가씨를 열렬히 사랑하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서 서로가 친구에게 아가씨를 양보하고 이 절로 들어가 승려가 되었다는 전설과, 송나라의 대문호 구양수(歐陽修)가 한밤중에 무슨 종을 치겠느냐며 이 시의 사실성을 문제 삼아 문단에 물의를 일으켰고 그의 제자 소식(蘇軾)이 현장에서 몸소 확인해본 뒤 다른 절과 달리 한산사에서는 실제로 한밤중에 종을 치더라고 증언함으로써 또 한번 시인들의 화제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이 시를 천고의 절창으로 만드는 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시의 진정한 가치는 초겨울 밤의 고즈넉한 강촌 풍경을 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생동감 있게 그려놓고 거기에 자신의 아련한 객수를 녹여 넣음으로써 읽는 이의 가슴에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찡한 여운을 남기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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