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
/김재기
콩에서 태어나 넝쿨로 뻗지 못하고
머리로 하루를 여는
콩나물 같은 당신에게 세상은 콩나물시루다
켜켜이 눌러앉은 시루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꼿꼿하게 위로만 솟아오르는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당신은 타고난 극단주의 신봉자다
발 디딜 틈 없는 콩나물버스를 타고
아침을 여는
여린 콩나물이 빳빳한
콩나물 사이에 끼여 허리가 부러졌다
티격태격 밀고 당기며 지내는
어둡고 빽빽한 시루
서로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틴다
꺾지 못하는 허리가 무겁다.
-계간 〈시와 사람〉 2014년 봄호
콩나물시루 속 같은 현대인의 삶, 넝쿨을 뻗지 못하고 허리가 부러질 듯 위로만 솟아오르는, 콩나물 하나로 비유되는 우리의 삶은 멍에인지 모른다. 존엄한 인간의 자존심에 손상되는.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삶’의 신봉자이므로 거뜬히 이겨낼 준비가 되어있다.
두 팔을 씩씩하게 뻗으며 힘찬 하루를 시작한다. ‘재미없는 천국’의 무료함 대신 ‘재미있는 지옥’을 기꺼이 선택할 것이므로. /이미산 시인
<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